“개발자는 코드 에디터를 아예 열지 않게 될 것이다.”
예전에 내가 했던 말이다.
당시에는 꽤 과감한 예측처럼 들렸다. 요즘은 그 말을 자주 떠올린다. 비슷한 변화가 시작됐는데, 모습은 내가 막연히 상상했던 것과 조금 다르다.
오른쪽 Option 키로 일이 시작된다
최근 macOS에서 Codex를 사용할 때 오른쪽 Option 키로 음성 입력을 시작하도록 설정해두었다. 어느 화면에 있든 키 하나를 누르면 바로 말할 수 있다.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먼저 여는 것은 IDE가 아니다. Option 키를 누르고 이렇게 말한다.
“이거 원인 찾아.”
“공식 문서 확인해서 고쳐.”
“테스트까지 돌려.”
그러면 Codex가 코드를 찾고, 문서를 확인하고, 파일을 수정하고, 명령을 실행한다. 나는 변경 내용과 테스트 결과, 실제 화면을 확인하고 다음 방향을 정한다.
에디터는 아직 열리지 않았다.
처음에는 음성 입력이 편해졌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음성이 내 말을 텍스트로 옮기는 데서 끝났다면 작업 방식까지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내 말이 받아쓰기로 끝나지 않고 파일 수정과 테스트까지 이어진다.
에디터를 열더라도 훨씬 나중이다. 어떤 작업은 에디터를 열지 않은 채 끝나기도 한다. 예전에 상상했던 장면이 조금씩 실제 작업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줄어든 것은 타이핑보다 번역이었다
컴퓨터로 무언가를 하려면 머릿속의 의도를 검색어와 파일 경로, 명령어와 코드로 바꿔야 했다. 원하는 결과를 알고 있어도, 컴퓨터가 실행할 수 있는 절차로 한 번 더 번역해야 했다.
AI 에이전트는 그 번역의 일부를 맡는다. 나는 모든 조작을 순서대로 지정하는 대신, 무엇이 이상한지, 원하는 결과가 무엇인지, 어디까지 확인해야 하는지를 먼저 설명한다.
사람이 목표를 정하고 시스템이 일부 실행을 맡는 방식은 완전히 새로운 발상은 아니다. 1999년에도 mixed-initiative 인터페이스 연구는 사람이 직접 조작하는 방식과 에이전트의 자동화를 함께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때 연구로 이야기하던 방식이 이제는 일상적인 개발 도구에서 체감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입력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말로 시키는 일이 늘수록 내가 확인해야 할 결과도 늘었다. 생성형 코딩 도구 사용자 연구에서도 AI는 작업을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됐지만, 생성된 코드를 이해하고 수정하고 디버깅하는 일은 별도로 남았다.
병목이 사라진 것이 아니다. 절차를 입력하는 비용은 줄고, 의도를 설명하고 결과를 검증하는 비용이 앞으로 나왔다.
실행을 넘기는 것과 판단을 넘기는 것은 다르다.
음성 다음을 생각하면
나는 이 흐름의 다음을 생각하면 BCI(Brain-Computer Interface)를 떠올린다. 음성도 결국 생각을 언어로 바꾸고, 다시 소리로 전달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물론 BCI가 음성 다음의 입력 방식으로 곧바로 이어진다는 뜻은 아니다. 대표적인 뇌-말하기 인터페이스 연구도 뇌에 미세전극을 이식한 ALS 참여자 한 명이 말을 시도할 때 나타나는 신호를 해독한 결과다. 자유로운 생각을 읽는 기술과는 거리가 멀다.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사람의 의도를 더 적은 변환으로 컴퓨터에 전달하려는 방향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예측을 다시 말하면
나는 여전히 에디터를 연다. 직접 코드를 따라가며 생각해야 할 때도 있고, 짧은 수정은 내가 바로 하는 편이 빠를 때도 있다.
달라진 것은 에디터를 여는 시점이다. 예전에는 대부분의 작업이 에디터에서 시작됐다. 지금은 AI에게 목적을 말하고, 결과가 나오면 필요에 따라 에디터로 들어간다.
코드 에디터를 아예 열지 않는 시대는 에디터가 사라져서 오는 것이 아니라, 에디터를 열지 않아도 끝낼 수 있는 일이 늘어나면서 올지도 모른다.
그래서 요즘 오른쪽 Option 키를 누를 때마다, 예전에 했던 말이 생각보다 먼 미래의 이야기는 아니었다고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