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은 AI를 어떻게 써야 할까

AI를 더 잘 쓰기 위해 개인이 무언가를 더 해야 하는가? 나는 이 질문에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요즘은 AI를 잘 쓰기 위해 스킬을 만들고, 오케스트레이터를 설계하고, 복잡한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AI 회사들은 우리가 그 과정에서 쌓은 노력들을 보장해주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널리 사용되는 오픈소스나 운영체제처럼 하위 호환성을 전제로 발전하는 구조라고 보기도 어렵다. 새로운 기능이나 확장이 등장할 때 Breaking Change는 자연스러운 전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게다가 AI 생태계 자체가 아직 완숙 단계에 이르렀다고 보기도 어렵다. 모델마다 철학과 접근 방식이 다르고, 표준 역시 정립되지 않은 상태다. 지금도 통합과 분열을 반복하는 과정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이 특정 방식이나 구조에 깊게 투자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선택인지에 대해서는 꽤 회의적이다.

스킬과 오케스트레이터, 그리고 토큰 효율성

최근 각광받고 있는 스킬 기반 접근이나 오케스트레이터는 대부분 AI 파운데이션 기업이 아닌 개인이나 조직 단위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다들 좋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첫째, ‘좋다’는 것에 대한 정의가 없다. 벤치마크도 없고, 비교 가능한 지표도 없다. “편해 보인다”, “구조가 좋아 보인다” 같은 감각적인 평가가 전부다. 애초에 무엇이 좋은 것인지에 대한 합의 자체가 없다 보니, 정말로 좋은지 판단하기 어렵다.

둘째, 토큰 사용이 지나치게 비효율적이다. 모델을 쌩으로 사용한 상태에서 오케스트레이션을 얹는 구조를 개인 단위에서 운영하는 것은 토큰 효율성 측면에서 매우 좋지 않다. 컨텍스트는 계속 누적되고, 비용과 복잡도는 함께 증가한다. 이 구조는 켜켜이 쌓이는 이메일 답신과 비슷하다. 처음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읽기 어렵고, 관리하기 힘들어지며, 결국 부담이 된다.

그래서 나는 이런 영역은 개인이 흉내 내기보다는, 모델을 직접 다룰 수 있는 회사나 엔터프라이즈급 조직에서 모델 수준에서 최적화하며 오케스트레이션까지 책임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대규모 트래픽과 비용 구조를 감당할 수 있는 주체가 맡아야 오래 간다.

그렇다면 개인은 무엇을 해야 할까

이건 정답이라기보다는, 내가 꽤 확신하는 방향이다.

먼저 분기를 타야 한다. 나는 모델을 직접 다룰 수 있는 사람인가, 아니면 그들이 만든 제품을 사용하는 쪽인가. 대부분은 후자일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수많은 AI 제품에 직접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다면 전략은 비교적 명확해진다.

첫 번째는, 잘 고르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AI 제품을 고르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좋은 식재료를 고르는 것과 비슷하다. 직접 먹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고, 남의 말만 들어서는 감이 오지 않는다. 어릴 때 다양한 음식을 접해본 사람이 나중에 취향이 분명해지는 것처럼, AI도 많이 써봐야 한다. 직접 써보고, 실패해보고, 비교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기호가 생겼다면 깊게 써보는 것이다. 하나만 파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렇게 하면 오히려 편식이 된다. 여러 제품을 골고루 써보되, 좋아하는 것은 반복해서 써보고, 다른 방식으로도 써보며, 한계를 직접 느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찌기도 해보고, 굽기도 해보고, 튀겨도 보면서 재료의 성질을 익히는 것과 같다. 이 과정을 거치면 자연스럽게 이해도가 올라간다.

우리는 식재료를 파는 사람이 아니라, 요리해서 파는 사람이다

우리는 모델을 만드는 사람들이 아니다. 식재료를 공급하는 입장이 아닌 것이다. 우리는 그들이 제공한 것을 바탕으로 실제 요리를 하고, 제품을 만들어 파는 사람들이다.

AI를 잘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제공하는 생태계를 충분히 이해하고 그 위에서 사용자에게 실제로 가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에 더 방점이 찍히는 문화가 더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요즘 SNS나 강의, 유튜브를 보면 FOMO를 부추기는 메시지가 너무 많다. 하지만 본질은 단순하다. 많이 써보고, 취향을 만들고, 이해도를 쌓고, 실제로 만들어서 팔아보는 것.

그 과정에서 양질의 제품이 늘어나고, 경쟁이 생기며, 또 다른 국면이 열린다. 나는 그 흐름이 더 오래 간다고 믿는다.